안전규제와 표시 없는 유전자조작 콩 수입을 반대한다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지난 1주 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완구 의원이 폭로한 바 있는 미국산 유전자조작 콩을 실고 들어오는 배를 추적하였다. 그 결과, 연합통신 기사(11월 30일자)에서 소개된대로, 유전자조작 콩이 섞여 있는 미국산 콩을 실은 배, 앰버(Amber)호가 12월 4일 인천항 제 5부두에 입항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콩은 이완구 의원의 의뢰로 진행된 농진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의 검사 결과, 세계적으로 많은 NGO들이 반대하고 있는 몬산토社의 라운드업 레이드 콩(Round-Up Ready Soya Bean)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업체는 전세계 곡물시장을 지배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는 5대 메이저 곡물 유통회사 중에 하나인 콘티낸탈社이며, 국내 수입의 경우에, 농림부 산하 기관인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승인에 의해 수입대행업체인 우화물산이 수입하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연대모임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는 식품 안전, 환경적 위험 및 사회경제적 착취에 대해서 깊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조작 콩의 수입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연대모임은 지난 8월에 출범한 이후에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유전자조작 콩의 실태에 대해서 여러차례에 정부에 문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때까지 유전자조작 콩의 수입 실태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최근에 산업자원부가 생명공학연구소에 의뢰하여 조사연구하도록 한, [생명공학 제품 및 변형생물체의 수출입 현황 연구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유전자조작 곡물 및 식품이 이미 광범위하게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우리도 모른 채, 외국에서는 '프랭켄슈타인이나 먹는 음식'--프랑켄푸드--이라고 반대하고 있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을 위한 규제를 위한 기본적인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게 안전규제와 소비자의 선택의 권리인 표시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로 느껴질 지경이다. 최근 연대모임을 활동을 비롯한 각계에서 유전자조작 곡물과 식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다행스럽게도 농림부, 환경부, 식품의약품 안전청, 농촌진흥청 등에서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2월 3일 농업진흥청에서 열리는 '농림축산물 관련 유전자재조합 실험 및 취급지침(안)에 대한 공청회'를 소비자·환경·시민단체에게 아무런 통보없이 진행한 것은, 정부가 마련한다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 대책의 신뢰성을 의심하도록 만든다.

또한 이번에 앰버호에 실려온 1998년산 콩의 경우에도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국정 감사에서 유전자조작 콩의 안전성이 논란이 되자, 농림부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 개정안이 과연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는 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 조항이 발효되기 전까지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수입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아무런 입장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유전자조작 콩이 인천항에 상륙한 것이다. 시민들은 안전규제 없이 이 콩을 과연 먹어야 하는가?

우리는 앰버호에 실린 유전자조작 콩이 포함된 미국산 콩을 하역·유통하지 말 것을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요구한다

연대모임은 유전자조작 콩이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초국적 기업에 의한 식량안보를 위협받게 될 것을 우려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런 우려들이 아직 논쟁 중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 규제조치와 표시제 없이 유전자조작 콩을 유통하는 행위는 매우 비도덕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두부를 만드는 사기업인 서울시연식품공업협동조합도 '추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유전자 조작된 콩이 두부용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공공기관인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응당 이 콩을 하역·유통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이 콩이 유통될 경우에, 수입 콩에 의존하는 두유, 두부, 장류(된장, 고추장) 등의 생산·유통·판매로 인한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연대모임은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제공자인 몬산토사의 유전자조작 콩에 대한 국제적인 반대 캠페인에 찬성하여 적극 연대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또한 시민들의 안전한 먹거리와 식량안보를 책임져야 할 정부의 무책임과 직무유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규탄하는 바이다.

1998. 12. 4.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경실련 환경정의시민연대, 그린훼밀리운동연합,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연합,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모임,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