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학기술원의 안전 규제없는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를 규탄한다

 

우리는 유전자조작된 쌀을 먹고 싶지 않다.

이미 우리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많은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고 있었다. 95년부터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는 모르는 사이에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어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겨우 작년에야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때 시민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 콩을 거부하였다. 이때문에 일부 식품회사는 라면에 국산 콩을 사용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하였으며 농림부는 안전한 북한산 콩을 수입하겠다며 수선을 떨었다. 하지만 바로 그 시기에 농업과학기술원의 과학자들은 유전자조작을 가한 벼를 비롯한 8종의 작물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1999년 2월 11일에 발표된, 농업과학기술원의 '제조체 저항성 유전자변형 벼' 외의 8종의 유전자조작 작물은 지구의 역사상 단 한번도 자연생태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고, 당연히 인간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낯선 생물체를 만드는 것이 요즘 전세계 생명과학기술분야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능력있는 생명과학기술자 대부분은 자연 상태에서 결코 섞이지 않을 다양한 종들의 유전자를 결합시키려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미국의 몬산토社를 비롯한 몇 개의 초국적기업들은 이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뒤늦은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8종의 유전자조작 작물을 개발하였기에 농업과학기술원에게는 축하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에게는 불안의 시작이다. 이 낯선 생물체가 과연 안전한가?

지난해(1998년) 영국 로웨트 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는 유전자조작 감자를 먹인 쥐에게 치명적인 면역 이상과 뇌 축소 현상이 나타났음을 보고하였고, 올해 초 유럽의 과학자 22명이 이 실험을 다시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오와이오대학의 과학자들은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조작 콩의 꽃가루가 퍼져나가, 자연상태에서 이종교배된 '슈퍼잡초'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전자조작 작물과 식품이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유전자조작 작물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먹거리로 이용되고 있으며, 또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여러 연구기관들도 유전자조작 작물을 개발하기 위한 경재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과학자와 정부 관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전자조작 작물과 식품은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괜챦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우리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확인된 위험성'과 '확인된 안전성'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이며, 이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과 생태계를 담보로 한 상업적인 이익 추구와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 뿐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을 먹는 것이지, 위험성이 확인된 후에야 "당신이 먹은 것은 위험한 것이었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은 연구개발에서 국민과 생태계의 안전을 무시했다.

우리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구호 아래, 기술개발에 내몰리고 있는 과학기술자와 국민과 생태계의 안전에 대해 무관심한 정부의 직무유기를 고발한다. 농업과학기술원은 8종의 유전자조작 작물들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어떠한 안전지침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실험실, 온실 그리고 야외의 실험 및 시헙재배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전자조작 작물 개발을 주도한 농업진흥청은 농림부와 함께 지난 12월에야 [농림축산물 관련 유전자재조합체 실험 및 취급 지침(안) 공청회]를 진행했을 뿐이며, 이마저도 유전자조작 작물의 포장실험(야외실험)에 따른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부분은 누락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안)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던, 적어도 지난 5년 동안 유전자조작 벼를 비롯한 작물들이 야외 혹은 온실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생태계가 유전자조작 작물에 의한 '유전자오염'의 가능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된 유전자조작 작물의 현지 시험재배를 반대한다.

게다가 농촌진흥청과 농림부는 안전에 대한 규제장치와 이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에 대한 충분한 준비도 없이, 올해 전국 각지에서 유전자조작 벼를 포함한 8종의 작물의 현지 시험재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전자조작 작물의 현지 시험재배의 환경적인 영향을 평가할 아무런 지침 및 제도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올 3월에 이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할 계획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기술 및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한 규모와 형태의 현지 시험재배도 시도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안전 규제없이 야외 시험재배가 전국적으로 진행된다면, '유전자오염'에 의해 전국의 생태계 그리고 우리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

우리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기를 원하지 않으며, 더구나 아무런 안전 규제없이 유전자조작 작물이 개발되고 우리 생태계에서 재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농업과학기술원의 유전자조작 작물의 시험재배 온실을 봉쇄하고 이후의 연구개발 및 시험재배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의 행동은 정부와 과학기술자가 시민의 건강과 생태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과 연구개발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1999년 3월 5일


유전자조작 작물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민일동